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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지다] 음표에는 진보나 보수가 없다

판소리를 듣는 것은 마치 대지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판소리는 음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강렬한 가창력, 깊은 감정 표현, 극적인 이야기 전개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판소리 예술가는 가수이자 배우이며, 동시에 해설자다. 판소리 공연을 관람하면 뛰어난 기교에 감탄하게 되고,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리는 감정에 사로잡히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도덕적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   특히 판소리의 도덕적 교훈은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 존재하며, 이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한국인들에게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려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살펴보면 된다.     다른 언어 교재에서는 “제임스가 메리에게 우유 한 잔을 주었다” 또는 “수잔이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같은 일반적인 문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재에서는 “제임스는 메리를 배려해 마지막 우유 한 잔을 주었다” 또는 “수잔은 선생님의 지혜를 배우며 경청했다”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한국에서 출판된 교재에서는 “건강을 잘 챙기세요”, “술을 많이 마시지 말고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부모님을 존경함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좋은 학습 습관은 행복과 성공으로 이어집니다”와 같은 문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든 문화가 도덕적 교훈을 포함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이 교훈을 판소리를 통해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행운을 가졌다. 이와 같은 공연 예술은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판소리는 하나의 사촌격인 장르가 있다. 판소리의 멜로디적 특성은 미국 블루스의 ‘벤트 노트(bent notes)’와 매우 닮았다. 기술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감정적 공감대도 같다. 판소리와 블루스는 모두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슬픔을 표현하며, 억압을 극복해 존엄성을 성취하고자 하는 음악이다.     판소리의 ‘한(恨)’은 블루스와 직결된 감정이다. 블루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판소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판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블루스를 공감할 것이다.   판소리의 힘은 단순히 놀라운 체력과 강한 폐활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판소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분열된 세상에 살고 있다. 국가 간 갈등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으며, 한인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음악의 음표에는 진보나 보수가 없다. 열정과 도덕성은 좌우로 나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음악에 대한 공통된 사랑으로 중심에 설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존엄성과 미덕을 추구하며, 삶의 의미를 갈망한다.   우리는 다양한 예술에서 이러한 공통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비록 의견과 신념은 다를지라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예술을 공유할 수 있다. 판소리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사랑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과 미국인이 개인적, 정치적 차이를 넘어 판소리를 함께 즐기며 이 예술을 만들어낸 나라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경외감을 공유할 수 있다.   우리는 판소리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가 많은 해외 국가와 도시에서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가끔 판소리 단가 공연이 열리지만, 최근 몇 년간 내가 알기에는 미국에서 전막 판소리 공연이 열린 적은 없다. 미국 내 2세, 3세 한인들과 미국 시민들이 이 독특한 공연 예술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면 큰 혜택을 얻을 것이다.   판소리의 놀라운 힘을 모두와 함께 나누자. 음악은 세상을 더 즐겁고 감동적으로 만들며, 판소리는 음악을 더욱 감동적이고 즐겁게 만든다. 로버트 털리 /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음표 진보 판소리 예술가 판소리 공연 판소리 단가

2025-02-19

[K컬처에 빠지다] K팝은 다리, 한국이 목적지

K팝과 K드라마는 한국 역사상 어떤 것보다도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모았다. 미국과 전 세계 학교에서는 수천 개의 K팝 동아리가 생겨났으며, 학생들은 좋아하는 뮤직비디오의 가사를 부르고 안무를 연습한다. 성인과 학생들은 K드라마 팬클럽을 만들어 배우와 스토리에 대해 토론하고, 좋아하는 드라마의 결말을 추측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로 인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한국어 수업 등록자 수가 급증했다. 언어 교육 기관인 ‘라이브 더 랭귀지(Live the Language)’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어는 미국인들이 두 번째로 많이 검색하는 언어로 나타났다.     나는 뉴욕의 기차와 버스에서 한국 관광객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며 연습하는 것을 좋아한다. 종종 그들에게 농담으로 경고하곤 한다.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는 한국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가 그렇게 비밀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관광은 양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K드라마는 관광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이 촬영된 장소를 직접 방문하고, 아이돌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한국을 찾게 만들었다. 그들은 한국이라는 땅을 방문하고 싶어하며, K드라마는 그들을 그곳으로 데려가는 다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다리는 다리일 뿐이다. 다리가 목적지는 아니다. K드라마는 높은 제작 수준과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더 고급 예술인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상을 받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K팝은 다르다. 대부분의 팝 음악은 진지하거나 영속적인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팝 음악은 대개 산업 프로듀서들에 의해 제작되고, 대체 가능한 가수들이 상품으로 여겨지며, 청소년과 어린이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 이들은 결국 성인이 되어 더 성숙한 취향을 가지게 된다.   이제 질문을 던져보자. 이 아이들이 단순한 가사와 반복적인 비트로 이루어진 음악에 싫증을 느끼고 문학의 깊이 있는 언어로 관심을 돌릴 때, K팝 다리는 그들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K드라마는 가벼운 TV 오락물에서 한국의 진지한 영화로 시청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러나 K팝은 청취자를 한국의 고급 음악 예술로 끌어들이는 데는 아직 성공하진 못한 듯하다.   어쩌면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것이다. 팝 음악이 본질적으로 갖는 특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 가지를 시도해 보자. 한인 친구들에게 진지한 음악 아티스트의 이름을 물어보라. 그들은 여러 유럽 클래식 작곡가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아마도 몇몇은 그들이 좋아하는 뛰어난 미국 재즈 뮤지션의 이름도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판소리의 아름답고 어려운 예술을 수행하는 한국 아티스트나, 재능 있는 한국 현대 작곡가, 혹은 한국 뮤지컬의 창작자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K드라마가 다리이고 한국이 목적지라면, 반짝이고 강력한 K팝 다리는 어디로 이어지는가.     우리는 K팝 다리를 통해 사람들이 한국 음악 예술의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도록 돕고 있는가. 아니면 그들이 K팝 다리의 끝에서 방향을 바꾸어 유럽과 미국 음악의 더 깊은 의미를 찾아 떠나게 방치하고 있는가.   나는 전 세계 모든 장르의 음악을 사랑한다. 때로는 진부한 가사와 단조로운 음악으로 가득 찬 팝송조차 즐긴다. 그러나 더 높은 목적을 가진 음악, 인간의 영혼을 탐구하고 상상의 경계를 넓히는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한국에는 이런 고양된 음악이 넘쳐난다.   K팝이라는 흥미진진한 다리를 건너오는 사람들을 한국이라는 위대한 땅의 영혼과 정신의 아름다움으로 따뜻하게 맞이하자. 로버트 털리 /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목적지 다리 한국 음악 한국어 수업 한국 관광객들

2025-01-27

[K컬처에 빠지다] ‘한국 열병’ 30년째, 끝없는 기쁨

“한국의 예술과 문화는 매우 심오하고 아름다워서, 전 세계가 이를 배우며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2008년 뉴욕에서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Korean Art Society)를 창립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저는 음악가로서 세계 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음식을 맛보고, 음악과 연극 공연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1995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랑에 빠진 것은 사람이 아닌 나라였습니다.   저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일주일 간의 한국 여행을 즐기고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다른 모든 나라에는 대개 아름다운 예술, 훌륭한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습니다. 첫 방문을 마친 뒤 스스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한국은 내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했을까? 내가 이곳에서 경험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왜 벌써 그리워지고, 빨리 다시 가고 싶어지는 걸까?”   결국 저는 몇 달 후 다시 2주간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 ‘한국 열병’의 원인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이 두 번째 방문으로 모든 질문에 답을 얻고 열병의 갈증을 해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2주가 지나고 나니 갈증은 더욱 심해졌고 질문은 더 깊어졌습니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은 무엇이 그토록 독특해서 나를 이렇게 강렬히 움직이고, 계속 배우고 싶게 만드는 걸까?”     이후 30년 동안 20차례 한국을 방문한 지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끝없는 기쁨을 줍니다. 저는 이 기쁨을 주류사회와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20~30년 전만 해도 미국에는 한국 예술과 문화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이를 알리는 데 집중하는 단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2008년 저는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를 창립했습니다.   저희는 뉴욕의 박물관을 단체로 방문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각 박물관의 수장고를 방문해 드물게 볼 수 있는 보물들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행사는 미국 전역의 박물관으로 확대되었고, 한국 공연예술, 시 낭송회, 그리고 한국 요리 시식회 같은 행사도 개최했습니다.     또한, 저는 한국 미술 전시회를 기획하고, 박물관의 컬렉션을 자문하며, 개인 소장가로부터 한국 미술품을 박물관에 기증받는 일을 주선했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협회 회원 두 분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이 찍힌 친필 휘호(200만 달러 가치)를 브루클린 미술관에 기증하도록 도왔습니다. 1909년 10월 날짜가 적혀 있는 이 작품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니 뒤돌아볼 필요가 없다(爲國損軀義無反顧·위국손구의무반고)’라는 안중근 의사의 결기를 담은 글이 쓰여있습니다. 하얼빈 의거를 위해 하얼빈에 머무는 동안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기증은 제가 미술관의 아시아 미술 큐레이터와의 만남을 주선한 뒤 이루어진 일입니다. 이분들은 이제까지 200점 이상의 한국 미술품을 미술관에 기증하셨습니다.   저는 지난달 25일 LA에서 먼저 개봉한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하얼빈’의 미국 배급사 CEO와 연락을 취했습니다. 3일 미 전역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와 관련하여 브루클린 미술관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작품에 대해 배급사에 알렸고, 배급사는 이 소식을 마케팅 부서에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한국 예술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창의적인 방식을 찾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 사명감 때문에 저는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의 회원 가입과 모든 행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제게 준 행복과 한국인들이 베풀어 준 우정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또한, 한국 예술과 문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비한국인들도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 예술은 진솔하고 인위적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풍부한 진정성에서 우리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또한, 한국 문화의 깊은 존중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를 공유하고 논의하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갑니다.   저는 최근 한국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회고록 ‘Inktown’을 완성했습니다. 현재 제 에이전트 라라 러브 하딘과 함께 출판사에 제안할 책 원고를 준비 중입니다. 하딘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집필했으며, 두 번이나 오프라 북클럽에 선정된 작가입니다. 그녀의 인맥을 통해 출판사를 구해 한국에 대해 세상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저는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공동 제작 중입니다. 영화 감독 레슬리 스몰은 케빈 하트 주연의 여러 영화와 TV 쇼를 연출했으며, 시나리오 작가 마샤 맥케나는 에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습니다.   한인들도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의 활동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연락해 주세요. 사랑하는 저의 제2의 고향,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나누길 기대합니다. 한국의 놀라운 경이로움을 전 세계에 아낌없이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한국 열병 한국 미술품 한국 예술과 한국 공연예술

202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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